시험을 이기시고 복음을 선포하신 예수님
누가복음 4장은 예수님의 공적 사역의 서막을 알리는 매우 중요한 장입니다. 광야에서의 시험과 나사렛 회당에서의 선언, 그리고 가버나움에서의 권세 있는 사역을 통해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오셨는지를 강력하게 드러내는 본문입니다. 이 장은 예수님이 성령 충만한 자로서 말씀과 능력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심을 보여주는 복음의 선언이기도 합니다.
성령으로 이끄심을 받아 시험을 이기신 예수님
누가복음 4장은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성령에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눅 4:1-2)로 시작됩니다. 여기서 ‘성령에 이끌리시며’라는 표현은 헬라어 "에네크토"(ἤγετο)로, 지속적이고 능동적인 인도하심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의해 시험의 자리로 가셨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뜻에 철저히 순종하셨습니다.
세 가지 시험은 모두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흔드는 방식으로 주어집니다. 첫 번째는 돌을 떡으로 만들어보라는 시험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육체적 필요를 자극하여 하나님의 뜻보다 자신의 욕구를 앞세우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신명기 8장 3절을 인용하여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응답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의 우선순위가 하나님의 뜻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 시험은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줄 테니 마귀에게 절하라는 제안입니다. 마귀는 자신이 그 권세를 마음대로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예수님은 신명기 6장 13절을 인용하여 “주 너의 하나님께 경배하고 다만 그를 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시험은 하나님 이외의 어떤 대상에게도 경배할 수 없음을 분명히 선포한 장면입니다.
세 번째 시험은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는 시험으로, 하나님의 보호를 실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마귀는 시편 91편을 인용하지만, 예수님은 신명기 6장 16절을 인용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응답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약속을 자기 욕망의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예수님은 이 세 가지 시험을 모두 말씀으로 물리치십니다. 이 시험은 단순한 도덕적 승리가 아니라, 아담과 이스라엘이 실패했던 자리를 예수님께서 온전한 순종으로 이기신 사건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이 승리는 단지 본을 보인 것이 아니라, 구속사적으로 인류의 대표로서의 완전한 승리를 의미합니다.
나사렛 회당에서 선포하신 은혜의 해
시험을 이기신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갈릴리로 돌아가시고, 나사렛 회당에서 공적 사역을 시작하십니다. 안식일에 회당에서 이사야서를 읽으시고 이렇게 선언하십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눅 4:18). 이는 이사야 61장 1-2절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예수님의 사역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기름 부으시고'는 헬라어로 "에크리센"(ἔχρισεν)인데, 이는 구약에서 왕이나 제사장, 선지자를 세울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참된 왕, 참된 제사장, 참된 선지자로서 기름 부음을 받으신 분이십니다. 그 사명의 핵심은 억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눈먼 자를 보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지 육체적 회복을 넘어서 전인적 구원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이 글이 오늘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눅 4:21)고 선언하십니다. 이는 충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을 요셉의 아들로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가장 먼저 선포된 곳, 그분의 고향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놀라다가 이내 분노하며 예수님을 회당 밖으로 내몰고 낭떠러지로 밀어뜨리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 가운데로 지나가 떠나십니다. 이는 복음이 배척당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권세 있는 말씀과 치유의 능력
이후 예수님은 가버나움으로 이동하여 안식일마다 회당에서 가르치셨고, 사람들은 그분의 권위 있는 말씀에 놀라게 됩니다. “그의 말씀이 권세가 있더라”(눅 4:32). 헬라어로 ‘권세’는 "에ξ우시아"(ἐξουσία)로, 단순한 영향력이 아니라 위에서 부여된 통치 권한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영적 권위를 동반한 실체적 선언이었습니다.
가버나움 회당에서 귀신 들린 자를 고치신 사건은 예수님의 권세가 단지 가르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적 실재를 다스리는 데까지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귀신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거룩한 자”라고 부르며 그 앞에 떱니다. 이는 예수님의 정체성을 마귀조차도 인정하고 두려워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꾸짖어 귀신을 쫓아내십니다. 여기서 ‘꾸짖다’는 표현은 헬라어 "에피티마오"(ἐπιτιμάω)로, 창조주가 피조물에게 명령하는 어투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곧 권능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고치시고, 해 질 무렵 온갖 병자들을 고치십니다. 사람들은 그분을 붙잡으려 하지만 예수님은 “다른 동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하리니 나는 이를 위하여 보내심을 받았노라”(눅 4:43)고 말씀하시며 다음 지역으로 향하십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역이 단지 한 지역, 한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온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는 선언입니다.
결론
누가복음 4장은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어떤 사역을 하시고, 어떤 자로 오셨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시험 가운데서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내신 예수님, 나사렛 회당에서 은혜의 해를 선포하신 예수님, 가버나움에서 말씀과 능력으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신 예수님. 이 장면들은 단절된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 속에 있습니다. 예수님은 시험을 이기시고, 말씀을 선포하시며, 능력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확증하셨습니다.
이 모든 여정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어떤 시험 앞에서, 어떤 권위 앞에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셨다면, 오늘 우리는 그 나라를 살아가는 백성으로서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하겠습니까? 누가복음 4장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계속해서 울려 퍼지는 복음의 선언입니다. 그 복음 앞에 우리 모두가 온전한 믿음과 순종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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