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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교회사/교리공부

[계시론] 감추어진 하나님 드러난 하나님

by πάροικος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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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론에 있어서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드러난) 하나님의 조화

기독교 신학에서 계시론은 하나님이 자신을 인간에게 어떻게 드러내시는지를 연구하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신학자들은 하나님이 완전히 알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에게 자신을 계시하신다고 가르칩니다. 이때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 하나님"의 개념이 등장합니다. 감추어진 하나님은 인간의 제한된 이성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속성을 의미하며, 계시된 하나님은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드러난 하나님을 가리킵니다. 이 두 개념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신앙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감추어진 하나님: 인간의 한계와 초월적 신비

감추어진 하나님은 신학적으로 "Deus Absconditus"(숨겨진 하나님)로 표현됩니다. 이는 하나님이 인간의 이성으로 온전히 파악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모든 것을 초월하신 분이며, 인간이 그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무한하시며,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만으로 하나님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야 55장 8-9절에서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또한, 욥기에서도 하나님은 인간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묘사되며,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는 인간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신비로 남아 있습니다.

감추어진 하나님은 또한 인간이 겸손하게 하나님을 찾도록 합니다. 만약 인간이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면, 신앙이 아니라 지적 탐구만으로도 신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신을 감추심으로써 인간이 신앙과 경외심을 가지고 하나님을 찾도록 하십니다. 따라서 감추어진 하나님 개념은 신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계시된 하나님: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자비로운 드러내심

반면, 계시된 하나님(Deus Revelatus)은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스스로를 드러내신 하나님을 의미합니다. 기독교 신앙에서 하나님의 계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일반 계시와 특별 계시입니다.

일반 계시는 자연과 역사, 인간의 양심을 통해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시는 방식입니다. 로마서 1장 20절은 "창세로부터 그의 보이지 아니하는 것들 곧 그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가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나니"라고 말하며, 자연 세계를 통해 하나님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일반 계시만으로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은 특별 계시를 통해 자신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십니다.

특별 계시는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납니다. 하나님은 성경의 저자들을 통해 자신의 뜻을 기록하게 하셨으며, 성경은 하나님의 속성과 계획을 계시하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또한,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형상"(골로새서 1:15)으로 묘사되며, 하나님을 가장 완전하게 드러내신 분으로 나타납니다. 예수님은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요한복음 14:9)라고 말씀하시며, 하나님을 계시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따라서 계시된 하나님을 통해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신앙이 단순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시를 바탕으로 한 확신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 하나님 간의 조화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 하나님 개념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를 이룹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감추시는 것은 인간의 신앙과 경외심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계시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 있도록 자비롭게 드러내십니다.

이 조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균형이 필요합니다. 하나님을 너무 감추어진 존재로만 강조하면 신앙이 신비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님을 계시된 존재로만 이해하면 인간이 하나님을 너무 이성적으로만 받아들이고, 경외심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신학적으로는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 하나님을 함께 고려하면서 균형 잡힌 신앙을 유지해야 합니다.

루터는 이 개념을 강조하면서 "십자가의 신학"(Theologia Cruci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의 이성으로 쉽게 이해될 수 없으며, 오직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을 올바로 알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인간의 이성으로 하나님을 파악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계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깨닫는 것이 바른 신앙의 태도라는 것입니다.

결론

계시론에서 감추어진 하나님과 계시된 하나님 개념은 신앙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이성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이시지만, 동시에 자신을 계시함으로써 인간이 하나님을 알고 교제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감추어진 하나님 개념은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신앙적 겸손을 촉진하며, 계시된 하나님 개념은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나타냅니다.

이 두 개념은 모순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화를 이루어 신앙의 깊이를 더해 줍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전히 감추어진 분이 아니며, 동시에 완전히 드러내신 분도 아닙니다. 신앙은 이러한 조화를 바탕으로 형성되며, 성경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여정이 됩니다. 따라서 신자는 감추어진 하나님의 신비를 경외하며, 계시된 하나님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가지는 균형 잡힌 신앙을 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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