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서정: 2. 하나님의 작정과 구원의 시작
하나님의 작정은 구원의 서정 전체를 가능하게 하는 근본이며 출발점입니다. 작정은 하나님의 영원한 뜻으로서, 시간 이전부터 정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말합니다. 이 작정은 모든 구속 사건들의 토대이며, 특별히 택함 받은 자에게 구원의 전 과정을 실현하게 하는 결정적 시작입니다. 본 글은 보수적 개혁주의 관점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작정이 구원 서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조직신학적으로 조명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의 신학적 정의
하나님의 작정은 그분의 절대적 주권 아래, 자신의 선하신 뜻을 따라 모든 것을 영원 전부터 결정하신 하나님의 의지를 뜻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3장은 이를 다음과 같이 진술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뜻과 선한 기쁘심을 따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자신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계획에 따라 자유롭고 변함없이 작정하셨다.”
작정과 예정의 구별
작정(decree)과 예정(predestination)은 밀접한 개념이지만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작정은 하나님의 모든 계획을 총칭하는 개념이며, 예정은 그 중에서 구속 대상자인 인간의 구원에 관련된 특별한 작정입니다. 즉, 예정은 작정의 일부로, 선택과 유기를 포함하는 구원에 초점을 둔 결정입니다. 에베소서 1장 4-5절은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라고 하여 하나님의 작정이 구원에 적용됨을 강조합니다.
작정의 본질과 속성
하나님의 작정은 하나님의 본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다음과 같은 속성을 포함합니다: 영원성, 자유성, 전능성, 전지성, 불변성, 거룩함입니다. 이 속성들은 작정의 정당성과 실행 가능성을 보장하며, 하나님의 신적 속성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귀결입니다.
하나님의 주권과 자유
하나님의 작정은 인간의 의지나 외부 조건에 의해 좌우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전적으로 자유로운 뜻에 따라 작정하시며, 이는 로마서 9장 15절의 말씀에 잘 드러납니다: "내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길 자를 불쌍히 여기리라." 이는 구원이 인간의 조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로운 긍휼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정의 전지성과 불변성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아시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시지 않는 분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작정은 오류가 없으며 변하지 않습니다. 민수기 23장 19절은 "하나님은 인생이 아니시니 식언하지 않으시고... 말씀하신 것을 실행하지 않으시랴"라고 말합니다. 이는 작정이 실현 가능할 뿐 아니라, 반드시 성취된다는 확신을 줍니다.
작정의 목적과 방향성
하나님의 작정은 무목적적인 것이 아니며, 그 최종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개혁신학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하고 구속하시는 궁극적인 이유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가르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작정
이사야 43장 7절은 "내 이름으로 불려지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모든 존재를 자신의 영광을 위해 작정하셨음을 나타냅니다. 구원 또한 단순히 인간의 구출이나 복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속성과 성품, 즉 자비, 사랑, 의, 공의를 나타내는 수단입니다.
하나님의 작정 안의 인간
인간은 하나님의 작정 안에서 대상이며 도구입니다. 로마서 11장 36절은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고 선언합니다. 인간의 구원도 그분에게서 시작되어 그분의 뜻에 따라 진행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 완성됩니다.
구원의 시작: 선택과 유기
작정의 실질적인 구속 적용에서 첫 번째 사건은 예정이며, 예정은 선택(election)과 유기(reprobation)로 구성됩니다. 이는 구원의 시작이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결정임을 분명히 합니다.
선택의 교리
선택은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생명과 영광으로 이끌기로 정하신 것입니다. 이는 무조건적인 은혜의 선택으로, 인간의 어떤 공로나 미래 행동이 조건이 되지 않습니다. 디모데후서 1장 9절은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사 거룩하신 부르심으로 부르심은 우리의 행위대로 하심이 아니요 오직 자기의 뜻과 은혜대로 하심이라"고 말합니다.
유기의 교리
유기는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들을 그들의 죄에 따라 공의롭게 심판받게 하시기로 정하신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공의의 표현이며, 결코 자의적이거나 불공정한 것이 아닙니다. 로마서 9장 22절은 “만일 하나님이 그의 진노를 보이시고 그의 능력을 알게 하고자 하사 멸하기로 준비된 진노의 그릇을 오래 참으심으로 관용하시고...”라고 하여 유기가 하나님의 공의에 따라 결정된 것임을 보여줍니다.
작정에 대한 신학적 논의와 반론
하나님의 작정 교리는 오랜 교회사 속에서 많은 논쟁과 해석을 낳았습니다. 특히 칼빈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 루터파, 현대 복음주의 사이에서 서로 다른 강조점이 존재합니다.
칼빈주의의 입장
칼빈주의는 하나님의 작정이 구원과 멸망 모두를 포함하는 이중 예정(double predestination)을 받아들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히 고백하는 동시에, 인간의 구원이 오직 은혜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존 칼빈은 하나님의 작정을 “깊고 불가해한 신비”로 표현하면서도, 성경이 이를 분명히 드러낸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르미니우스주의의 반론
야곱 아르미니우스는 하나님의 작정을 인간의 자유의지와 조화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예정이 인간의 믿음을 미리 아신 것에 기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조건적 예정(conditional predestination)으로 불리며, 하나님의 주권보다는 인간의 선택에 강조점을 둡니다. 하지만 개혁신학은 이것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결론
하나님의 작정은 구원 서정의 토대이며, 구원의 시작은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정하신 선택과 유기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인간의 노력이나 자격과는 무관하게, 전적으로 하나님의 뜻과 은혜에 기초한 것입니다. 작정은 하나님의 본성과 일치되며, 그의 영광을 위해 이루어집니다.
보수 개혁주의 신학은 이 교리를 통해 하나님의 절대 주권, 은혜의 능력, 공의의 기준을 강조하며, 구원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분명히 합니다. 신자는 이러한 작정의 교리를 통해 자신의 구원이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며, 모든 일의 결과 역시 하나님의 뜻 안에 있음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작정의 실제적 적용으로서의 '부르심'과 그 효과성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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