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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교회사/교리공부

조직신학 강의: 하나님의 작정

by 꿈꾸는몽당연필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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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신학 강의: 하나님의 작정

하나님의 작정은 그분의 영원하고 불변하는 뜻에 따라 모든 사물과 사건을 예정하신 하나님의 절대적 통치와 섭리를 의미합니다. 이 교리는 하나님의 주권, 전지성, 전능성에 기반한 교리로, 교회 역사 속에서 개혁주의 신학에서 특히 강조되어 왔습니다. 본 글에서는 보수적 개혁주의 입장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작정에 대해 조직신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작정의 개념

하나님의 작정(decree of God)은 하나님께서 영원 전부터 자신의 뜻에 따라 모든 것을 정하신 결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예지(foreknowledge)나 허용(permission)의 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정하신 의지(voluntas Dei)의 결과입니다. 이 작정은 모든 존재와 사건의 근원이 되며, 인간의 구원, 자연의 질서, 역사 속의 사건까지 포함합니다.

작정의 정의와 성격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1647)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가장 지혜롭고 거룩한 뜻에 따라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유롭고 불변하게 작정하셨다."(제3장 1항). 여기서 핵심은 하나님의 작정이 자유롭고 불변하며, 전지하고 선하다는 점입니다.

성경은 이 작정의 개념을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잘 보여줍니다. “내가 알거니와 하나님은 만사를 행하사 그의 뜻대로 하시나니” (욥기 23:13), “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하나님의 작정과 예정

하나님의 작정은 일반적 작정과 특별한 작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창조, 역사, 자연, 인간사의 모든 부분에 대한 포괄적 작정이며, 후자는 구원의 문제에 있어 선택과 유기, 즉 예정(predestination)에 해당합니다. 에베소서 1장 4-5절은 이를 다음과 같이 진술합니다: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그의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작정과 하나님의 속성

하나님의 작정은 하나님의 속성에서 비롯되며, 그 속성과 깊은 관련을 가집니다. 특히 전지성(omniscience), 전능성(omnipotence), 선하심(goodness), 불변성(immutability)과 연결됩니다.

전지성과 작정

하나님의 전지성은 그분이 모든 것을 아시며, 모든 결과를 아시기 때문에 작정을 행하실 수 있는 기초가 됩니다. 이는 단지 미리 아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아심이 작정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강조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가 전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하나님의 작정 안에 포함되어 있는 신비는 신학적으로 중요한 주제입니다.

전능성과 작정

하나님의 작정은 단지 계획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이루어내는 실행의 능력, 즉 전능성과 직결됩니다. 이사야 46장 10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끝을 처음부터 고하며 아직 이루지 아니한 일을 옛적부터 보이고 이르기를 나의 뜻이 설 것이니 내가 나의 모든 기뻐하는 것을 이루리라.” 하나님의 작정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선하심과 작정

하나님의 작정은 본질적으로 선한 것입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작정에 악이 포함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악을 허용하실지라도, 그 악을 통해 선한 목적을 이루시는 분입니다. 요셉의 고백처럼,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창세기 50:20), 하나님의 작정은 선을 궁극적으로 이루는 방향성을 가집니다.

작정의 구분: 일반적 작정과 구원 작정

하나님의 작정은 범주적으로 구분되어 신학적으로 다루어집니다. 특히 개혁주의 전통에서는 작정을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일반적 작정

자연의 운행, 인간의 역사, 정치, 경제, 환경과 같은 창조세계 전반에 걸친 하나님의 섭리를 포함하는 작정입니다. 하나님의 보편적 섭리(providentia generalis)는 모든 피조물의 유지, 보호, 발전을 포함합니다.

구원 작정(예정)

구원 작정은 하나님이 택하신 자들을 영생에 이르도록 예정하신 교리입니다. 이는 선택(election)과 유기(reprobation)로 나뉘며, 이중예정의 개념으로 발전됩니다. 로마서 9장은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룹니다. “내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길 자를 불쌍히 여기리라 하셨으니” (롬 9:15).

칼빈은 예정에 대해 "하나님의 은혜의 주권적 자유를 드러내는 교리"라 하며, 인간의 행위와는 무관하게 하나님께서 택하셨음을 강조합니다. 반면 아르미니우스주의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예지에 의한 예정(foreseen faith)을 주장하지만, 이는 하나님의 주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정과 인간의 책임

작정 교리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책임 문제와 깊이 연결됩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신비로운 조화로 남아 있으며, 실천 신학적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책임과 자유의 조화

인간은 자유로운 인격적 존재로서 책임을 가지고 행동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작정 안에서 그 모든 행동이 포함되어 있다는 신비가 존재합니다. 신명기 29장 29절은 이를 암시합니다: “감추어진 일은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 속하였거니와 나타난 일은 영원히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속하였나니.”

실천적 적용

작정 교리는 단지 교리적 명제가 아니라, 신자의 삶에 실천적 위로와 확신을 줍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우리의 고난, 시련, 성공, 실패 모두를 그의 선하신 계획 안에 포함시키며, 결국에는 그의 영광과 신자의 유익을 위하여 사용하십니다.

결론

하나님의 작정은 기독교 교리 중 가장 깊고 신비로운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선하심을 믿고 따르는 신자의 신앙적 고백이기도 합니다. 개혁주의 전통은 하나님의 작정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가장 중심에 두며, 인간의 모든 삶과 구원이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서 비롯된다는 진리를 강조합니다.

이 교리는 인간을 교만에서 낮추고,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도록 이끕니다. 하나님의 작정은 구원의 근거이며, 삶의 의미를 주는 틀입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께서 나를 잊지 않으셨고, 그분의 작정 속에 나의 삶이 포함되어 있음을 아는 것은 신자에게 큰 위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의 작정을 단지 숙명적 개념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의 지혜롭고 선한 뜻으로 받아들이며 믿음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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