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경주해

누가복음 10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by πάροικος 2025. 4. 11.
반응형

하나님 나라의 일꾼과 이웃 사랑의 삶

누가복음 10장은 제자의 사명, 복음의 확장, 그리고 진정한 이웃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70인을 보내시며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게 하시고, 율법 교사의 질문을 통해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이웃 사랑의 본질을 가르치십니다. 또한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 앞에 머무는 삶이 무엇보다 귀하다는 진리를 전해주십니다.

일꾼을 보내시며: 복음 전파의 긴급성과 태도

예수님은 12제자에 이어 70인을 따로 세우시고, 각 동네와 지역으로 두 사람씩 보내십니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일꾼을 보내 주소서 하라”(눅 10:2). 여기서 ‘추수하다’는 헬라어 “θερισμός”(테리스모스)는 단지 곡식 수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을 모으는 사역 전체를 상징합니다.

‘보내다’는 단어는 ‘아포스텔로’(ἀποστέλλω)로, ‘사명을 띠고 파견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지 일꾼을 뽑아내는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철저히 목적과 계획 가운데 사람을 보내시는 행위입니다. 예수님은 “어린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눅 10:3)라고 하시며, 복음 전파가 얼마나 위험하고 긴장감 있는 사명인지를 알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아무 것도 가지지 말고(전대나 신이나 인사도 하지 말며), 들어간 집에서 주는 것을 먹고, 동일한 집에 머물라고 하십니다. 이는 복음 전파자가 세상의 방식과 계산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과 사람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존하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복음을 전할 때, 받아들이는 자와 거부하는 자의 반응은 복음 그 자체의 능력을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는 점도 강조됩니다. 주님은 "너희 말을 듣는 자는 곧 내 말을 듣는 것이요 너희를 저버리는 자는 곧 나를 저버리는 것이라"(눅 10:16)고 하십니다.

70인이 기쁨으로 돌아와 말합니다. “주여, 주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눅 10:17). 그러나 예수님은 그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눅 10:20). 제자의 기쁨은 결과가 아니라, 구원받은 자로서의 신분과 관계에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복음 사역의 중심이 능력이 아니라 은혜임을 일깨워 줍니다.

선한 사마리아인: 율법과 복음의 통합

한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눅 10:25). 예수님은 반문하시며 율법을 인용하게 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며 목숨을 다하며 힘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눅 10:27). 이 대답은 율법의 요약이자 구약 전체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그 교사는 “자기를 옳게 보이려고” 다시 묻습니다. “내 이웃이 누구니이까?” 여기서부터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강도를 만나 죽게 된 사람을 제사장도, 레위인도 지나치고, 유일하게 사마리아인이 도와줍니다. 그가 기름과 포도주를 상처에 붓고,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려가 돌보며 비용까지 지불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묻습니다. “네 생각에는 이 세 사람 중에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6).

이 비유의 핵심은 ‘누가 나의 이웃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의 이웃이 되어 줄 수 있는가’를 묻는 데 있습니다.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에게 경멸받는 존재였지만, 이 비유에서 그는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자로 묘사됩니다. 이는 이웃 사랑이 민족, 종교, 계층을 넘어선다는 복음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예수님은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눅 10:37)고 말씀하시며, 지식에서 순종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마르다와 마리아: 일보다 더 중요한 자리

누가복음 10장은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과의 관계가 섬김보다 우선됨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자 마르다가 집으로 영접합니다. 마르다는 분주히 많은 일을 하며 예수님을 대접하려고 애쓰고 있었고,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 앞에 앉아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이에 마르다는 예수님께 말합니다.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눅 10:40).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마르다를 부드럽게 책망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마리아는 이 좋은 편을 택하였으니 빼앗기지 아니하리라”(눅 10:41-42).

여기서 ‘좋은 편’이란 말은 헬라어 ‘아가쑤’(ἀγαθὴν), 즉 ‘선하고 유익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의 문제입니다. 섬김은 귀한 것이지만, 주님의 말씀 앞에 앉는 것은 더욱 본질적인 것입니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위해 무엇인가 하려 했지만, 마리아는 예수님 앞에 있으려 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마리아의 선택을 ‘빼앗기지 않을 복’이라 말씀하십니다.

결론

누가복음 10장은 제자도의 실천과 복음의 윤리를 우리에게 깊이 가르쳐줍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꾼은 능력보다 먼저 관계에 뿌리를 내려야 하며, 이웃 사랑은 경계 없이 실천되는 삶이어야 합니다. 또한 분주한 섬김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주님 앞에 머무는 자의 신앙입니다. 우리도 오늘 다시 복음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앉고, 복음 앞에 서며, 이웃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길에, 주님의 나라가 임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