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두려움과 참된 보물
누가복음 12장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무리들에게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강하게 말씀하신 장입니다. 외식에서 벗어나 진리를 말하고,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를 우선순위에 두는 삶을 강조하십니다. 이 말씀은 단지 종교적 교훈이 아니라, 장차 임할 하나님의 나라를 준비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외식을 경계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라
예수님은 먼저 바리새인들의 누룩, 곧 외식을 주의하라고 경고하십니다. “이는 숨은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감추인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음이라”(눅 12:2). 여기서 ‘누룩’은 헬라어 ‘주메’(ζύμη)로, 부패와 부정을 퍼뜨리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외식은 겉으로는 경건해 보이지만 속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위선이며, 결국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는 모두 드러나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몸을 죽이고 그 후에는 더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옥에 던져 넣는 권세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눅 12:4-5). ‘지옥’은 헬라어 ‘게엔나’(γέεννα)로, 힌놈의 골짜기를 의미하며 하나님의 최종적 심판을 상징합니다. 진정한 두려움은 사람이나 환경이 아니라, 영혼까지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향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예수님은 “참새 다섯 마리가 두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하나님 앞에는 그 하나도 잊어버리시는 바 되지 아니하느니라”(눅 12:6) 하시며, 하나님께서 우리의 머리털까지도 세신다고 하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함께, 지극히 자비롭고 섬세한 돌보심을 동시에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두려움과 위로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참된 경외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눅 12:8)라고 하시며, 신앙 고백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시인하다’는 헬라어 ‘호몰로게오’(ὁμολογέω)는 동일한 말로 고백한다는 뜻이며, 그리스도를 삶과 입술로 인정하고 따르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반면 성령을 모독하는 자, 즉 성령의 분명한 역사 앞에서 고의적으로 거부하고 대적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이는 일시적 실수나 연약함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완강한 저항을 경고하는 말씀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
이어 한 무리가 예수님께 유산 분쟁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물질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로 그들의 시선을 이끄십니다. “삶과 모든 탐심을 물리치라 사람이 물질이 풍부하여도 그 생명이 그 소유에 있지 아니하니라”(눅 12:15). 그리고 한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부자는 풍성한 소출을 얻고 창고를 더 크게 짓고는 “내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눅 12:19)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준비한 것이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하십니다. 이 비유에서 ‘어리석은’이란 단어는 헬라어 ‘아프로네’(ἄφρων)로, 하나님을 고려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자기를 위하여 재물을 쌓아두고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하지 못한 자가 이와 같으니라”(눅 12:21). 재물 자체보다 그것을 의지하는 태도,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무관심한 삶의 자세가 문제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눅 12:22)고 권면하십니다.
들의 백합화와 공중의 새를 예로 들며 하나님께서 피조물을 돌보신다면, 그의 자녀된 우리는 더욱 돌보시지 않겠느냐고 하십니다.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런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눅 12:31). 여기서 ‘구하라’는 말은 단순히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과 목표를 의미합니다. 먼저 그의 나라를 구하는 삶은 하나님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신자의 자세입니다.
예수님은 “적은 무리여 무서워하지 말라 너희 아버지께서 그 나라를 너희에게 주시기를 기뻐하시느니라”(눅 12:32)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은 참된 위로입니다. 하나님은 풍성한 분이시며, 우리에게 당신의 나라를 나누어주시기를 즐거워하십니다. 우리는 그 은혜를 믿고 살아가는 청지기입니다.
깨어 있는 종과 신실한 청지기
누가복음 12장 후반부는 종말론적 긴장감 속에서 신자의 삶을 강조합니다.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고 있으라”(눅 12:35)는 명령은, 늘 준비되어 있어야 할 주의 백성의 자세를 상징합니다. 유대 전통에서 ‘허리에 띠를 띠다’는 것은 즉시 행동할 준비를 하는 것을 의미하며, ‘등불을 켜다’는 것은 깨어 있고 분별력을 갖추는 것을 뜻합니다.
예수님은 종들이 주인이 돌아올 때 깨어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을 위해 상을 주실 것이라 하십니다. 심지어는 주인이 허리를 동이고 종들을 위해 수종들겠다고 하십니다(눅 12:37). 이는 상상을 초월한 은혜이며, 주님의 겸손한 사랑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또한 예수님은 자신이 불을 던지러 왔다고 하시며, 가족 안에서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십니다. 복음은 화평이지만, 그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과는 불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의 사역이 단순한 도덕적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 내면과 관계, 세계를 흔드는 생명의 사건임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외식하는 자여 너희가 천기는 분간할 줄 알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간하지 못하느냐”(눅 12:56) 하시며 영적 분별력의 부재를 지적하십니다. 종말의 때를 살아가는 신자라면, 시대의 징조와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반응해야 합니다. 신자는 단지 기다리는 자가 아니라, 준비하며 사는 자입니다.
결론
누가복음 12장은 우리에게 믿음의 삶이 무엇인지 깊이 묻고 있습니다. 외식이 아닌 진실한 신앙, 사람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믿음, 재물이 아닌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는 마음, 깨어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삶. 이 모두가 주님의 백성에게 요청하시는 삶의 방식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태도로 주님 앞에 서 있습니까? 우리의 마음이 주의 나라를 향하고 있는지, 우리의 손이 그의 말씀을 붙들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복음 앞에서 자신을 비추며, 하나님 나라를 위한 참된 청지기로 살아가기를 결단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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