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심을 받은 자의 길, 제자의 사명과 대가
마태복음 10장은 예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파송하시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장은 단순히 사역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제자도의 본질과 사명자의 삶에 동반되는 도전과 영적 권세, 그리고 그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산상수훈에서 천국 백성의 정체성을 말씀하신 예수님은 이제 그 백성들, 곧 제자들을 세상으로 보내시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부르심과 위임: 권세를 받는 제자의 시작
예수님은 먼저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십니다(10:1). 여기서 “권능”이라는 단어는 헬라어로 “ἐξουσία”(엑수시아)이며, 이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주권적 권위에서 나오는 합법적인 통치력과 통제력을 의미합니다. 예수께서 주시는 권세는 단지 기적을 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대표하는 권위로 주어집니다.
열두 제자의 명단이 나열되는데, 이는 단순한 구성 소개가 아니라, 이들이 새로운 이스라엘 공동체를 대표함을 상징합니다. 구약의 열두 지파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의 토대를 이루었다면, 이제 신약의 열두 제자는 새 언약의 복음을 세상에 전파할 하나님의 사자들입니다. 특별히 여기에는 세리 마태, 가나안인 시몬(열심당원), 가룟 유다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사람들이 예수의 부르심 안에서 하나 되어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하게 됨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이방인이나 사마리아인에게 가지 말고, 오히려 잃어버린 이스라엘 집의 양에게 가라고 명하십니다(10:5–6). 이는 구속사적 순서를 따라 이스라엘에게 먼저 복음이 전파되어야 함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 명령은 시대적이며 점진적인 계시에 따른 것으로, 이후에는 이방인을 포함한 모든 족속에게 복음이 전해지게 됩니다(마 28:19). 예수님의 지상 사역 중에는 우선적으로 언약 백성인 유대인에게 복음이 먼저 선포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10:8)고 말씀하시며, 복음 사역은 계산과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 감당되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제자들은 복음을 전파하며 병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고 귀신을 내쫓는 사역을 하게 되며, 이는 단지 능력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회복과 통치를 실현하는 상징적 행동입니다.
핍박과 대가: 제자의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그 앞에 놓인 길이 고난과 거절의 길임을 숨기지 않으십니다. “보라 내가 너희를 보냄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냄과 같도다”(10:16). 이 말은 제자도와 사명의 길이 본질적으로 안전하거나 평탄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합니다. 오히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고 권면하십니다. 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할 그리스도인의 긴장된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지혜와 순결은 사역자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준비시키는 성품입니다.
제자들은 회당에서 채찍질을 당하고, 관원들과 임금들 앞에 서게 될 것이며, 이는 복음을 이방인과 열방에 증거하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 속에 있는 일입니다(10:17–18). 그러나 주님은 염려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말할 것을 주시리니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속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성령이시니라”(10:20). 이는 성령의 내주하심과 역사하심에 대한 놀라운 약속입니다.
예수님은 “형제가 형제를, 아버지가 자식을 죽는 데에 내주며”(10:21)라는 충격적인 말씀도 하십니다. 이는 복음이 단지 종교적 선택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는 급진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가족 간의 분열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복음은 사랑이지만, 동시에 선택을 요구합니다. 누구든지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는 말씀(10:22)은, 제자의 삶이 순간의 결단이 아니라 지속적인 믿음의 경주임을 가르칩니다.
특별히 “제자가 그 선생보다, 종이 그 상전보다 높지 못하나니”(10:24)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겪으신 고난이 곧 제자들이 가야 할 길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우리 주님이 비난과 거절, 조롱을 당하셨다면, 그분을 따르는 제자들도 같은 길을 가게 됩니다. 이것은 억울한 일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본을 따르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고백과 상급의 확신
이처럼 고난과 핍박의 길을 예고하시면서도, 예수님은 반복해서 제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10:26, 28, 31). 복음을 증거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두려움입니다. 사람들의 시선, 반응,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복음을 무디게 만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 참되신 심판자 앞에서의 담대한 신앙 고백을 요청하십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지옥에 던지기도 하시는 이를 두려워하라”(10:28). 이 말씀은 우리가 누구 앞에 서 있는지를 잊지 말라는 경고이자, 위로입니다. 복음을 위해 고난당하는 자는 세상의 시선에서 보면 손해처럼 보이지만, 하나님의 시선 안에서는 결코 잊히지 않는 상급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10:29–31). 이 말씀은 하나님의 섭리가 얼마나 세밀한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제자된 자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우리는 주님의 일꾼으로 세상에 보내졌지만, 결코 홀로 있지 않으며, 하늘 아버지의 섭리 안에서 보호받는 자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복음 때문에 가족 간의 분열이 있을 수 있음을 말씀하시며,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하지 아니하니라”(10:38)고 하십니다. 십자가는 고난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생명을 얻게 되는 길입니다.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잃는 자는 얻으리라”(10:39)는 복음의 역설 속에서, 제자는 자기를 버리고 예수를 따르는 길에서 참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결론: 보냄 받은 자의 걸음을 따르라
마태복음 10장은 복음 사역의 본질, 제자도의 길, 사명의 무게,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가르쳐줍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보내시되, 권세와 사명, 그리고 위로와 보호의 약속과 함께 보내십니다. 이 장은 제자도의 영광과 아픔, 기쁨과 눈물, 능력과 연약함이 함께 어우러진 복음적 삶의 총체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보내노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복음의 일꾼으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새기며, 각자의 자리에서 주의 제자로, 사명자로 살아가야 할 이유와 방향을 얻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쓰시길 원하십니다. 우리의 자격이 아니라, 그분의 부르심이 기준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보내시되, 홀로 보내지 않으시며, 모든 순간에 함께하십니다. 이 확신 속에서 오늘도 제자의 걸음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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