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받는 왕, 십자가 위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사랑
마가복음 15장은 복음서 전체에서 가장 비극적인 동시에, 가장 복음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불법적인 재판을 받고, 십자가형을 선고받고, 조롱과 채찍을 당하시며, 마침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사건은, 단지 역사적 비극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온전히 성취되는 절정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뿐 아니라, 그 고난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불의한 재판, 무죄한 자에게 내려진 형벌 (막 15:1-20)
이른 아침,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서기관들이 회의를 마치고 예수님을 결박하여 빌라도에게 넘깁니다. 그들은 종교적인 명분으로는 예수님을 죽일 수 없기에, 정치적인 반역자로 몰아 로마 총독의 손을 빌려 처형하려 한 것입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묻습니다. 예수님은 "네 말이 옳도다"(막 15:2)라고 답하십니다. 이 짧은 대답 안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왕이십니다. 그러나 그 왕권은 세속의 정치 권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하나님의 통치를 의미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이 무죄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유대인들의 요구와 민심에 밀려 바라바를 풀어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넘깁니다(막 15:15). 이 장면은 인간의 정치적 타협과 진리의 유린을 보여주는 동시에, 하나님의 뜻은 그런 인간의 악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는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채찍에 맞고, 병사들에게 조롱을 받습니다. 가시관을 씌우고 자색 옷을 입히며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비웃고, 갈대로 때리고 침을 뱉습니다(막 15:17-19).
여기서 우리는 세상이 하나님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봅니다. 그들은 참된 왕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군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조롱하고 배척합니다. 오늘 우리도 동일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예수님을 어떤 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내 뜻을 이루는 도구로서의 왕인가, 아니면 내 뜻을 꺾고 그의 뜻에 순종할 주인이신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인류를 위한 대속 (막 15:21-41)
예수님은 자신이 직접 십자가를 지실 수 없을 만큼 지치신 상태였기에, 로마 군병은 시몬이라는 사람에게 억지로 십자가를 지게 합니다(막 15:21). 골고다에 이르러 예수님은 쓸개 탄 포도주를 받지만 마시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십니다. 이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형벌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위대한 사랑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그 위에 "유대인의 왕"이라는 제목이 붙고, 예수님은 두 강도 사이에 못 박히십니다. 지나가는 자들은 머리를 흔들며 조롱하고,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도 “다른 사람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라며 비웃습니다(막 15:31). 그러나 역설적으로, 예수님이 자신을 구원하지 않으셨기에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자기 포기와 희생이 우리의 생명을 위한 문이 되었음을 우리는 믿음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정오가 되었을 때 온 땅에 어둠이 임하고, 오후 세 시에 예수님은 크게 소리 지르십니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이는 시편 22편 1절을 인용한 것으로, 하나님께 버림받은 고통을 호소하시는 절규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망의 외침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의 뜻에 끝까지 순종하신 이의 신앙 고백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죄로 인해 하나님과 단절된 인간의 상태를 대표하신 고난이자, 그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붙드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이 숨을 거두시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집니다(막 15:38). 이는 더 이상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제사장과 제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누구나 담대히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백부장이 이를 보고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라고 고백합니다(막 15:39). 이는 이방인의 입에서 나온 신앙 고백으로, 예수님의 죽음이 모든 사람을 향한 보편적인 구원의 문임을 증거합니다.
사랑의 증인들, 십자가 곁에 선 자들 (막 15:42-47)
해가 지기 전,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에게 찾아가 예수님의 시신을 요구합니다. 그는 존경받는 공회원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던 자였습니다(막 15:43).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다 떠난 상황에서, 참된 제자가 어떤 자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예수님의 시신을 정결하게 싸서 바위 속 무덤에 안치하고, 돌로 입구를 막습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증인들, 곧 막달라 마리아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가 무덤을 지켜보며 그분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드러냅니다(막 15:47). 그들은 주님의 부활의 첫 증인이 될 준비된 자들이며, 고난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은 헌신자들입니다. 고난의 자리, 무덤 곁에까지 머무는 자들이야말로 주님의 은혜를 가장 깊이 경험하는 사람들입니다.
결론
마가복음 15장은 복음의 정수입니다. 고난받는 왕,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아들, 배신과 조롱 속에서도 끝까지 순종하신 그리스도의 헌신, 그리고 그 죽음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열린 진리의 선언이 이 장에 담겨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 죄를 대신하여 모든 수치를 감당하셨고, 하나님께 버림받는 고통까지 받으셨습니다. 그분이 끝까지 침묵하셨기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십자가는 단지 고통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 예수님의 순종과 구원이 만나는 자리고, 우리 인생의 진정한 소망이 되는 자리입니다. 오늘 우리도 다시 그 십자가 앞에 서서, 주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고, 우리의 삶을 새롭게 헌신하는 결단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성경주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가복음 16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
마가복음 14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3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2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1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0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9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8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