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성화 (Sanctification)
성화는 구원 서정에서 중생, 칭의, 양자됨 이후에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원의 실질적 변화 과정입니다. 성화는 신자가 그리스도와 연합한 자로서 점점 거룩해지고, 죄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가는 전 생애적 여정입니다. 이는 성령의 능동적인 사역과 신자의 능동적인 순종이 결합되는 동시적 협력이며, 궁극적으로 영화에 이르기까지 계속됩니다. 본 글에서는 보수적 개혁주의 신학의 관점에서 성화의 본질, 성경적 근거, 역사적 논의, 실천적 적용을 통합적으로 고찰합니다.
성화의 정의와 개념적 구조
성화(sanctification)는 헬라어 "하기아조(ἁγιάζω)"에서 유래되었으며, "거룩하게 하다", "구별하다"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조직신학에서 성화는 하나님께서 중생된 자를 점진적으로 거룩하게 만드시는 과정으로 이해되며,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지속적 변화로 설명됩니다. 성화는 단회적 사건이 아니라, 성령에 의해 신자 안에서 일평생 계속되는 점진적 과정입니다.
칭의와 성화의 구별
칭의는 법적 선언으로서 신자가 의롭다고 여겨지는 사건이며, 단회적이고 외적입니다. 반면 성화는 실제적 변화로서 신자의 내적 존재가 변화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로마서 6장 22절은 “이제는 너희가 죄로부터 해방되고 하나님께 종이 되어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맺었으니”라고 하여 칭의 이후 이어지는 성화의 연속성을 보여줍니다.
점진성과 협력성
성화는 성령의 능력에 의한 전적인 은혜이지만, 동시에 신자의 능동적인 순종과 결단이 요구되는 협력적 과정입니다. 빌립보서 2장 12-13절은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라고 하여, 하나님의 주도성과 인간의 책임성을 함께 강조합니다.
성화의 성경적 기초
성화의 교리는 성경 전체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며, 구약의 정결법과 신약의 제자도 교훈에서 그 실체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성경은 신자가 거룩하게 사는 것이 구원의 필연적인 결과임을 분명히 합니다.
구약에서의 성화 개념
구약에서는 하나님의 백성이 정결하고 구별된 삶을 사는 것이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레위기 19장 2절에서 하나님은 “너희는 거룩하라 이는 나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 거룩함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도덕적, 의식적 순결을 모두 포함하는 성화의 요구입니다.
신약에서의 성화 강조
신약에서는 성령과 말씀을 통해 신자가 점점 그리스도를 닮아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요한복음 17장 17절에서 예수님은 “그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하옵소서 아버지의 말씀은 진리니이다”라고 기도하시며, 말씀에 의한 성화의 방식을 밝히셨습니다. 데살로니가전서 4장 3절도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고 선언합니다.
성화의 신학적 구조와 교리적 논의
성화는 단지 윤리적 변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unio cum Christo)이라는 전제에서 파생되는 존재론적 변화입니다. 개혁주의 신학은 성화의 시작, 과정, 완성에 대해 교리적으로 세밀하게 설명합니다.
성화의 시작: 중생과 연합
성화는 중생과 동시에 시작됩니다. 중생을 통해 신자는 새 생명을 받으며, 그 순간부터 죄에 대해 죽고 하나님께 대해 살아 있는 자로 여겨집니다(로마서 6장 11절). 이 연합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함으로서 이루어지며, 새로운 정체성의 기반입니다.
성화의 과정: 영적 성장과 죄의 제거
성화는 점진적 성장의 과정이며, 동시에 죄와 싸우는 지속적인 싸움입니다. 골로새서 3장 5절은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정욕과 악한 욕심과 탐심이니”라고 하여, 죄의 제거가 성화의 일환임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갈라디아서 5장 22-23절은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이 성화의 긍정적 측면임을 보여줍니다.
성화의 완성: 영화로의 이행
성화는 이 땅에서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영화(glorification)라는 구원의 마지막 단계에서 완성됩니다. 요한일서 3장 2절은 “그가 나타나시면 우리가 그와 같을 줄을 아는 것은 그의 계신 그대로 볼 것을 인함이니”라고 하며, 영화 때 완전한 거룩함이 이루어질 것을 약속합니다.
역사적 신학에서의 성화 이해
성화에 대한 이해는 교회사 내내 발전해 왔으며, 특히 종교개혁 이후 개혁신학과 감리교 전통에서 상이한 강조점을 보입니다.
개혁신학의 견해
칼빈은 성화를 성령의 내적 사역으로 이해하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는 반드시 거룩하게 변화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성화가 칭의의 결과로서 필연적이며, 성도의 삶에서 열매로 나타나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루이스 벌코프는 성화를 “새 본성의 발전과 옛 성품의 죽음”이라고 요약합니다.
감리교와 성결 전통의 입장
존 웨슬리는 성화를 구원의 완성으로 보고,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 성도의 이 땅에서의 완전 성화를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개혁주의의 견해와 차이를 보이며, 성화의 실질적 진보에 더 큰 강조를 두는 특징이 있습니다.
성화의 실천적 적용
성화는 신자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교리이며, 경건, 공동체 생활, 윤리적 실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됩니다. 이는 단지 내면의 변화만이 아니라, 전인격적 삶의 거룩한 전환입니다.
경건훈련과 말씀
성화는 말씀 묵상과 기도, 예배, 성례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시편 119편 9절은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라고 말합니다. 말씀은 성화를 이끄는 도구이며, 지속적인 내면 정화의 원천입니다.
죄와의 싸움과 회개의 삶
성화는 죄에 대한 민감함과 회개의 삶으로 나타납니다. 요한일서 1장 9절은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라고 하며, 회개가 성화의 필수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성화는 죄를 무시하는 삶이 아니라, 죄에 민감해지고 싸우는 삶입니다.
공동체와 성화
성화는 개인적인 것이면서도 공동체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히브리서 10장 24-25절은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하며, 성도의 교제를 통해 성화가 이루어짐을 시사합니다. 교회는 성화를 위한 영적 환경입니다.
결론
성화는 구원의 적용에서 신자의 전 인격이 거룩하게 변화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성령의 내적 사역과 신자의 능동적 순종이 함께 이루어지는 동행의 여정이며,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참된 경건의 길입니다.
보수적 개혁주의는 성화를 칭의의 필연적 열매로 이해하며, 신자의 삶에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성화의 교리를 통해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 성화의 은혜 안에서 날마다 자기 부인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거룩함에 이르는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성화의 여정 가운데 신자의 구원이 어떻게 견고하게 보존되는지를 다룰 견인의 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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