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나오는 것, 참된 경건과 은혜의 믿음
마태복음 15장은 형식적 경건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시며, 참된 정결과 믿음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유대 지도자들의 외식과 전통주의를 고발하시고, 이방 여인의 믿음을 통해 구원의 지평을 넓히십니다. 또한 다시 한 번 무리들을 먹이시는 오천 명 사건 이후의 칠천 명 기적을 통해, 그리스도의 자비와 하나님 나라의 충만한 은혜를 드러내십니다. 이 장은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뿌리부터 되짚게 하는 깊은 영적 통찰을 줍니다.
입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되는 경건
장 초반에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예수께 나아와,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들의 기준은 율법 그 자체보다 그 율법에 덧붙여진 장로들의 전통입니다(15:1-2). 여기서 ‘장로들의 전통’(παράδοσις τῶν πρεσβυτέρων)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 구전으로 내려온 규칙들로, 본래 율법을 보호하고자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율법보다 앞서게 된 외형 중심의 규범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에 대해 반문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너희의 전통으로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느냐?”(15:3). 그들은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을 자신들의 제도인 '고르반'(하나님께 드렸다고 하여 부모를 섬기는 의무를 피하는 관행)으로 무력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이는 외형의 경건을 통해 실제 순종을 회피하는 종교적 위선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15:8). 진정한 경건은 입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보다 사람의 전통을 더 높이는 태도는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거절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단호하게 선언하십니다. "무엇이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15:11).
이는 단지 음식 규정의 문제를 넘어서, 죄의 본질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에서부터 나온다는 인간론적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율법의 진정한 의도가 사람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데 있으며, 정결함이란 단지 외적인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의 내적 순결임을 밝히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손보다 우리의 마음을 먼저 보십니다.
이방 여인의 믿음: 긍휼 앞에 무릎 꿇는 신앙
예수님은 이후 두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십니다(15:21). 이곳은 이방 지역으로, 유대인들의 정결 개념에서 보면 부정한 땅이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한 가나안 여인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내 딸이 흉악하게 귀신 들렸나이다”(15:22).
여기서 놀라운 것은 그녀의 호칭입니다. '다윗의 자손'이라는 고백은 메시아를 향한 신앙적 인식이 담긴 표현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침묵하시고, 제자들은 그녀를 보내달라고 요청합니다. 예수님은 "나는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 외에는 다른 데로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노라"(15:24)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복음의 확장 이전에 이스라엘에게 먼저 복음이 전해져야 하는 구속사의 질서를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물러서지 않고, 더 가까이 와서 엎드려 말합니다. “주여 저를 도우소서.” 예수님은 다시 "자녀의 떡을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아니하니라"고 하십니다. 이 말은 당시 유대인들이 이방인을 부정하게 보던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그녀의 믿음을 시험하시고자 하신 의도적 표현입니다.
그녀는 이에 대해 "주여 올소이다. 그러나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15:27)라고 응답합니다. 이 말은 믿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신앙 고백입니다. 자신이 구원받을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주님의 자비는 부스러기조차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믿음을 크게 칭찬하시며, 그 순간 그녀의 딸이 나음을 입습니다.
이 장면은 믿음이 혈통이나 배경, 자격이 아닌, 오직 긍휼에 의지한 전적 의탁임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은 자격 있는 자를 찾지 않으시고, 오직 주님을 붙드는 자를 찾으십니다. 우리가 주 앞에 나아갈 때 필요한 것은 자격이 아니라 간절함이며, 공로가 아니라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 어떤 장벽도 뚫고 역사합니다.
또 한 번의 기적: 자비의 손길은 끊이지 않는다
예수님은 다시 갈릴리로 돌아오셔서 많은 병자들을 고치십니다. 다리를 저는 자, 맹인, 말 못 하는 자, 여러 병든 자들을 고치시자 무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15:29-31). 마태는 이 장면을 통해 예수님의 긍휼이 특정한 대상에게만 제한되지 않고, 모든 병든 자에게 확장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태는 예수님께서 또다시 무리를 먹이신 사건을 기록합니다. 이번에는 칠병이어의 기적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사흘째 예수님과 함께 있었고, 먹을 것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무리를 불쌍히 여기노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일곱 개의 떡과 몇 마리 생선을 받아 축사하시고, 나누어 주십니다. 이 기적으로 남은 조각이 일곱 광주리였습니다(15:36-37).
오병이어와 칠병이어의 차이는 단순히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사역의 지리적, 인종적 확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오병이어는 유대인 중심의 무리에게 주어진 기적이었고, 칠병이어는 이방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복음이 점차 이방을 향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그리스도의 긍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지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배고픈 자가 있는 곳, 간절한 자가 있는 곳에 예수님의 손길은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이는 교회가 품어야 할 복음의 방향성과 동일합니다. 하나님은 유대인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 모든 백성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품고 계시며, 그 마음은 주님을 따르는 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요청됩니다.
결론: 마음에서 믿음으로, 경계에서 중심으로
마태복음 15장은 표면적인 신앙의 껍질을 벗겨내고, 진정한 신앙의 본질로 들어오라는 주님의 부르심입니다. 바리새인들은 손 씻는 전통에 매달렸지만, 예수님은 마음의 상태를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율법을 입술로 고백했지만, 예수님은 삶으로 순종하라 하십니다.
가나안 여인은 이방의 여인이었지만, 참된 믿음을 드러냈습니다. 외적으로는 배제될 수 있는 자였지만, 내적으로는 하나님의 긍휼을 가장 깊이 사모하는 자였습니다. 그 믿음이 주님의 기적을 불러왔고, 복음의 확장에 있어 상징적 장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칠천 명을 먹이신 사건은 예수님의 자비가 특정 민족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 모든 굶주린 자에게 확장됨을 말해줍니다. 그분의 손은 지금도 여전히 병든 자를 고치시며, 굶주린 자를 먹이시고, 믿음으로 나아오는 자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오늘 무엇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겉으로 보이는 형식입니까, 아니면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마음입니까?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삶의 열매로, 경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심에 서서 주님의 긍휼을 누리는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찾고 계십니다. 마음에서 주님을 따르는 자, 은혜 앞에 겸손히 엎드리는 자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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