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종결된 사건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린 현실입니다
보수적인 조직신학의 입장에서 창조는 단순히 과거에 완결된 사건이 아니라,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열려 있는 하나님의 계속적 사역입니다. 창조는 하나님의 섭리와 구속사의 전체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미래의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이는 종말론, 구속사, 섭리론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창조와 종말은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신적 사역의 흐름 안에 놓여 있습니다.
창조의 조직신학적 의미
조직신학에서 ‘창조’는 단지 천지창조의 기원을 다루는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창조하셨는지, 그 창조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종합적으로 설명하는 교리입니다. 창조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을 드러내며, 인간과 세계가 하나님과 맺고 있는 관계의 근본을 보여줍니다.
보수적 입장의 핵심
보수적인 개혁신학에서는 창조를 문자적인 6일 창조로 보는 경향이 강하며, 창조의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 곧 “하나님이 이르시되”라는 창세기의 구절(창 1:3)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러나 보수주의 안에서도 창조가 단순히 정지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속적인 활동임을 강조합니다. 창조는 시작이자 과정이며, 그 완성은 종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창조와 섭리의 연속성
창조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연결되어 계속적으로 유지되고 변화하는 현실입니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유지되는 창조
히브리서 1장 3절에서는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단지 시작만 하시고 방관하시는 분이 아니라, 지금도 그 능력으로 만물을 유지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창조와 섭리는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창조는 하나님의 지속적인 섭리 행위 안에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창조와 구속의 통합적 관점
고린도후서 5장 17절은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창조가 단지 물리적 우주의 형성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전체에 대한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창조는 구속과 연결되며, 구속은 창조의 회복이자 완성이 됩니다.
창조와 종말의 신학적 연결
조직신학에서는 종말론이 창조론과 떨어진 개념이 아닙니다. 창조의 목적은 종말론적 완성에서 드러납니다.
새 하늘과 새 땅
요한계시록 21장 1절에서는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창조가 새로운 창조로 이어질 것을 예시합니다. 즉, 창조는 ‘완성된 과거’가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미래’입니다.
종말론적 창조의 개념
칼 바르트와 같은 신학자는 창조를 하나님 나라의 미래 지향적인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창조를 ‘예정된 완성’을 향한 서곡으로 해석합니다. 이에 비해 보수적인 개혁신학은 창조를 보다 명확한 역사적 사건으로 보되, 창조의 의도와 목적이 종말론적 완성에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관점을 공유합니다.
창조의 미래 지향성에 대한 성경적 증거
성경은 창조가 궁극적으로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다양한 본문에서 보여줍니다.
로마서의 탄식과 소망
로마서 8장 21-22절에서는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 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하는 것을 우리가 아나니”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현재의 창조세계가 고통 가운데 있으나, 미래의 영광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창조는 마치 해산하는 여인처럼 완성을 향해 고통 속에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창조의 회복과 통일
에베소서 1장 10절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고 말합니다. 창조의 궁극적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피조물이 조화와 회복을 이루는 것입니다. 창조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완성될 열린 역사입니다.
창조론과 인간 존재의 방향성
인간은 단지 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존재로서, 존재의 의미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과 종말적 소명
창세기 1장 26-27절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 형상은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성화의 과정을 통해 회복되어야 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창조된 이후 단지 그 상태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며 점점 그분의 영광에 이르러야 할 소명을 지닌 존재입니다.
성화와 창조의 지속
고린도후서 3장 18절에서는 “우리가 다 수건을 벗은 얼굴로 거울을 보는 것 같이 주의 영광을 보매...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영광에서 영광에 이르니”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인간이 창조된 이후에도 계속 변화되고 성장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며, 창조가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동적인 과정임을 나타냅니다.
현대 조직신학의 해석들
조직신학자들 사이에서 창조의 의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미래를 향한 창조’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헤르만 바빙크의 창조관
바빙크는 창조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통일된 사역으로 보고, 창조와 구속, 성화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구도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창조가 그 자체로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의 통일적 흐름 가운데 있으며, 그 종착점은 하나님 나라의 완성임을 강조합니다.
반틸과 종말론적 존재론
코넬리우스 반틸은 창조를 ‘하나님의 언약적 표현’으로 보았으며, 피조물은 처음부터 하나님의 뜻과 언약을 따라 종말을 향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창조의 방향성은 처음부터 예정된 종말을 향한 움직임으로 이해됩니다.
결론
창조는 단순한 시작도, 과거의 사건도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목적을 담은 거대한 계획의 출발점이며, 하나님의 섭리, 구속, 종말론 안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지는 사건입니다. 창조는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완성될 것입니다. 우리는 창조의 현재적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미래의 영광을 소망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신학적 통찰은 교회 공동체가 세상의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창조하고 계시며, 그 창조는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에서 온전한 완성에 이를 것입니다.
'교리와교회사 > 교리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위일체론과 유신론, 범신론, 만유재신론의 특징 (0) | 2025.05.30 |
---|---|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된 세계 (0) | 2025.05.30 |
'어머니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성경적 묘사 (0) | 2025.05.24 |
하나님을 '어머니'라 부르지 않는 이유 (0) | 2025.05.24 |
요한일서 4:8 "하나님은 사랑이시라"에 대한 삼위일론적 주해 (0) | 2025.05.24 |
내재적 삼위일체란 무엇인가? (0) | 2025.05.24 |
경륜적 삼위일체란 무엇인가? (0) | 2025.05.24 |
구원 서정: 12. 영화 (Glorification) (0) | 2025.05.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