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어머니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성경적 묘사와 조직신학적 고찰
하나님은 성경 전체에서 주로 '아버지'로 계시되며, 이는 삼위일체의 위격적 구분과 구속사적 질서를 드러내는 중요한 교리적 기반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 곳곳에는 하나님의 성품 중 어떤 측면이 '어머니'의 모습으로 비유되고 상징되는 장면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하나님이 여성이라는 주장이나, 어머니 하나님 개념을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품이 얼마나 넓고 깊으며 포괄적인지를 드러내기 위한 문학적이고 신학적인 장치입니다. 이번 글은 하나님의 이러한 여성적 상징 표현을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성경 중심으로 정리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1. 위로와 품어줌
대표 성경 구절: 이사야 66:13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이라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
이사야서 후반부는 이스라엘의 회복과 위로에 대한 예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백성을 위로하시겠다는 약속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하는 것과 같은' 깊은 공감과 애정의 표현입니다. 이는 하나님의 위로가 단순한 감정적 위로에 그치지 않고,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위로임을 보여줍니다. 조직신학적으로 이는 하나님의 인격성과 언약 백성과의 깊은 관계성을 드러내며, 하나님의 성품 중 '자비로우심'(히브리어: "라훔")을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2. 양육과 돌봄
대표 성경 구절: 이사야 49:15
"여인이 어찌 그 젖먹는 자식을 잊겠으며 자기 태에서 난 아들을 긍휼히 여기지 않겠느냐 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
이 구절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향한 사랑과 기억을 '어머니가 자녀를 젖 먹이며 기억하는 것'으로 비유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표현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잊지 않는다"는 하나님의 선언입니다. 이는 하나님 사랑의 절대성과 불변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반적으로 가장 헌신적인 관계로 여겨지는 모성애보다 더 크고 신실한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합니다. 조직신학적으로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성과 섭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본문입니다.
3. 보호와 감싸심
대표 성경 구절: 마태복음 23:37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더냐 그러나 너희가 원하지 아니하였도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을 향한 탄식 속에서, 자신이 하나님의 심정으로 백성을 보호하고 품으려 했던 마음을 암탉의 모성적 본능에 비유하십니다. 날개 아래 새끼를 모으는 암탉의 이미지는 보호, 안식, 따뜻함, 안전을 상징하며, 이는 예수님의 구속사적 사역이 단지 법적 구원 이상으로, 깊은 정서적·관계적 연결을 전제함을 드러냅니다. 삼위일체의 제2위이신 성자의 자기 비움과 사랑의 성육신은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더 깊이 이해될 수 있습니다.
4. 해산의 고통과 탄식
대표 성경 구절: 이사야 42:14
"내가 오랫동안 조용하며 잠잠하고 참고 있었으나 내가 해산하는 여인같이 부르짖으리니 숨이 차서 심히 헐떡일 것이라"
여기서 하나님은 자신이 '해산하는 여인처럼 부르짖겠다'고 선언하십니다. 이는 단지 감정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구원이 실제로 역사 속에서 실행되는 고통의 시점을 묘사하는 상징입니다. 해산의 이미지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탄생시키기 위한 극심한 수고와 희생을 상징합니다. 조직신학적으로 이는 구속사에서 하나님의 능동적 참여, 특히 심판과 회복의 순간에 나타나는 신적 감정과 참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5. 자녀에 대한 기억과 긍휼
대표 성경 구절: 이사야 49:15 (재인용)
같은 본문이지만, 이번에는 '잊지 않으심'이라는 맥락에서 강조합니다. 어머니는 자녀를 잊을 수 없듯이, 하나님은 백성을 기억하시는 분이십니다. 특히 포로기 이스라엘의 낙심된 상황에서 이 말씀은 강력한 위로였습니다. 하나님의 긍휼은 변덕스러운 인간의 감정보다 더 신실하며,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조직신학적으로 이는 하나님의 불변성(immutability)과 언약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는 구절입니다.
6.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대표 성경 구절: 욥기 38:8–9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에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 그때에 내가 구름으로 그 옷을 만들고 흑암으로 그 강보를 만들고"
이 구절은 창조 때의 하나님을 묘사하면서, 바다를 마치 한 생명체처럼 탄생시키고 보호하시는 분으로 표현합니다. 구름과 흑암으로 옷을 입히고 감싸주는 모습은 마치 산모가 갓난아기를 싸듯한 표현으로, 하나님을 생명의 원천이자 모든 피조물을 품으시는 분으로 보여줍니다. 조직신학적으로 하나님은 생명의 주권자이며, 모든 존재의 근원이심을 고백하는 본문입니다.
종합적 고찰과 신학적 균형
위의 내용들은 모두 성경 속 하나님의 여성적 이미지에 해당하지만, 이 모든 표현은 본질적으로 비유적, 묘사적, 설명적 언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남성으로 한정하지 않지만, '아버지'라는 호칭은 계시적이며, 삼위일체적 위격 구분을 위해 선택된 신학적 언어입니다. 따라서 여성적 이미지가 성경 안에 있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을 '어머니'로 부르는 교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 신학, 특히 페미니즘 신학에서 제기되는 '어머니 하나님' 주장에 대해서는, 개신교 조직신학은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하나님은 남성도 여성도 아니며 성(性)을 초월하신 분이시다.
-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하신 방식은 '아버지'라는 호칭을 중심으로 하며, 이는 삼위 간의 위격 관계를 반영한다.
- 어머니 이미지의 사용은 하나님 사랑의 넓이와 깊이를 드러내는 보조적, 시적 수단이지, 교리적 명칭이 아니다.
이러한 균형 속에서 우리는 성경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모성적 속성들을 오히려 더 깊이 묵상하고, 신자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더 전인격적으로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상처받은 영혼들에게는, 하나님께서 어머니처럼 품고 안아주신다는 이 성경적 이미지들이 위로와 회복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하나님은 아버지로 계시되셨지만, 그분의 사랑은 어머니의 마음처럼 넓고 깊으며, 보호하고 양육하고 기억하시는 은혜를 지니십니다. 이는 조직신학적으로 하나님의 인격성과 관계성, 구속의 역사, 언약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신학적 이미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단지 아버지로서만이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따뜻하고 섬세한 사랑의 언어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만 그 모든 묘사는 본질적 계시에 뿌리를 두고, 교리적 언어로 혼동되지 않도록 신학적 경계와 이해를 함께 지켜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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