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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교회사

종교의 씨앗과 전적타락의 모습

by πάροικος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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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뱅의 '신성에 대한 감각'과 개혁주의의 '전적 타락' 교리: 모순인가 조화인가?

[질문]

개신교의 위대한 신학자요 철학자였던 칼뱅은 '신성에 대한 감각' '종교의 씨앗'이란 표현을 통해 복음을 접하지 않는 이들도 본능적 감각에 의해 하나님의 신비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개혁주의가 주장하는 '전적타락'에대한 교리는 오류가 아닐까요? 여기에 대한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

칼뱅은 『기독교 강요』에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는 '신성에 대한 감각'(sensus divinitatis)과 '종교의 씨앗'(semen religionis)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을 향한 어떤 형태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개혁주의 신학은 또한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을 강조하며, 인간이 본성적으로 하나님을 찾을 능력을 상실했다고 가르칩니다. 그렇다면, 칼뱅의 주장과 개혁주의의 '전적 타락' 교리는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요?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칼뱅의 '신성에 대한 감각'과 '종교의 씨앗' 개념

칼뱅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존재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는 『기독교 강요』(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1권 3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1. 모든 인간은 하나님을 아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칼뱅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그들 안에 신성을 인식하는 본능적인 감각을 심어 두셨다고 주장합니다. 이 감각은 인간이 창조 세계를 바라보면서 자연스럽게 신적 존재를 깨닫게 합니다.
  2. '종교의 씨앗'은 보편적이다: 칼뱅은 어떤 문화에서도 종교적 신앙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하나님께서 인간 내면에 이러한 경향을 심어 놓으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신을 향한 추구는 인간 본성의 일부입니다.
  3. 그러나 인간은 이 감각을 타락으로 인해 왜곡한다: 비록 인간이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는 기본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죄로 인해 이 감각은 왜곡되며, 바른 방향으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전적 타락' 교리와의 관계

전적 타락 교리는 개혁주의 신학에서 인간의 본성이 타락하여 스스로 하나님을 찾을 수 없다고 가르치는 핵심 교리입니다. 이 교리는 '토털 디프러비티'(Total Depravity)라는 용어로 표현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1. 모든 인간은 죄로 인해 부패되었다: 인간의 마음과 지성, 감정, 의지는 죄의 영향을 받아 왜곡되었으며, 하나님을 찾을 능력이 상실되었습니다(로마서 3:10-12).
  2. 영적 사망 상태: 인간은 죄로 인해 영적으로 죽은 상태이며(에베소서 2:1-3), 자신의 힘으로 하나님을 향해 나아갈 수 없습니다.
  3. 일반 은총의 필요성: 개혁주의 신학은 하나님이 '일반 은총'(Common Grace)을 통해 인간이 완전히 부패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 은총은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칼뱅의 주장과 '전적 타락' 교리는 모순인가?

칼뱅이 말하는 '신성에 대한 감각'과 개혁주의 신학이 주장하는 '전적 타락'은 겉으로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이를 조화롭게 해석합니다.

  1. 신성에 대한 감각이 존재하지만 왜곡된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칼뱅이 말하는 '신성에 대한 감각'이 인간 안에 본래 존재하지만, 타락으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해석합니다. 즉, 인간이 하나님을 인식할 능력이 있지만, 죄로 인해 그 감각이 부패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 자연계시와 일반 은총: 칼뱅은 인간이 자연을 통해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가르쳤지만, 이는 구원에 이를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자연계시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지만, 죄로 인해 하나님을 바르게 알지 못하고 우상 숭배로 빠진다고 주장합니다(로마서 1:21-25).
  3. 구원에는 특별 은총이 필요하다: 개혁주의 신학은 인간이 하나님을 아는 감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구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별 은총(Special Grace)과 성령의 역사(Sovereign Grace)가 필요하다고 가르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을 찾을 능력이 없으며, 하나님이 특별히 개입하셔야만 구원이 이루어집니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해석

  1. 존 머레이(John Murray): 머레이는 자연계시를 통해 인간이 하나님을 어느 정도 인식할 수는 있지만, 죄로 인해 그 인식이 왜곡되며, 구원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특별계시를 통한 구원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2. 코넬리우스 반틸(Cornelius Van Til): 반틸은 '신성에 대한 감각'이 인간 내면에 남아 있지만, 인간이 이를 스스로 바르게 이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성령의 조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3. 루이스 벌코프(Louis Berkhof): 벌코프는 자연계시는 인간이 하나님을 인식하는 기초적 단계로 작용하지만, 타락한 상태에서는 필연적으로 우상 숭배로 변질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특별계시 없이는 인간이 하나님을 바르게 알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결론

칼뱅의 '신성에 대한 감각'과 개혁주의의 '전적 타락' 교리는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이를 조화롭게 해석하며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인간은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지만, 타락으로 인해 왜곡된다.
  2. 자연계시를 통해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지만, 이는 구원에 이를 수 있는 충분한 지식이 아니다.
  3. 전적 타락 교리는 인간의 전 영역이 죄로 인해 부패했음을 의미하며, 특별한 은혜 없이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
  4. 따라서 특별계시와 성령의 역사가 없이는 인간은 참된 신앙을 가질 수 없다.

칼뱅이 말한 '신성에 대한 감각'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심어놓은 일반적인 인식 능력일 뿐이며, 이것이 구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신학에서 '전적 타락' 교리는 오류가 아니라, 죄로 인해 왜곡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중요한 교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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