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전한 길
마가복음 10장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본질과 제자도의 삶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시는 장면으로 가득합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말씀, 어린아이에 대한 축복, 부자 청년과 영생의 길, 고난의 잔을 마시는 제자들, 그리고 맹인 바디매오의 고침까지, 각 사건은 단절된 이야기들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자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혼, 이혼, 그리고 창조 질서의 회복 (막 10:1-12)
예수님께서 유대를 떠나 요단 강 건너편에 이르시자 무리가 다시 모입니다. 바리새인들은 그를 시험하기 위해 이혼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사람이 아내를 버리는 것이 옳으니이까?”(막 10:2). 예수님은 먼저 모세의 율법을 언급하며 그들이 얼마나 마음이 완악한지를 지적하십니다. “너희 마음이 완악함으로 말미암아 모세가 이런 계명을 기록하였거니와”(막 10:5).
그러나 예수님은 논쟁의 초점을 과거의 타협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 질서로 돌리십니다.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에 남자와 여자로 지으셨으니”(막 10:6), “둘이 한 몸이 될지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막 10:8-9). 예수님은 결혼을 단지 계약이 아닌 언약으로 보며, 부부 관계는 하나님의 뜻 아래 맺어진 하나 됨의 신비임을 강조하십니다.
이 장면은 당시 유대 사회의 남성 중심 이혼 문화를 정면으로 거슬렀습니다. 특히 여성이 쉽게 버림받던 시대에, 예수님의 이 말씀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 결혼의 존엄을 회복하는 말씀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관계를 얼마나 귀히 여기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혼이 죄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우리의 가정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더 본질적입니다.
어린아이처럼 하나님 나라를 받으라 (막 10:13-16)
이어서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 안수하시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들을 꾸짖습니다. 이는 당대 사회에서 아이들이 사회적 약자이자 비주류였기 때문에, 제자들이 예수님의 사역을 '중요한 일'로 제한하려 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를 기뻐하지 않으시고 말씀하십니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막 10:14).
그리고 중요한 선언을 덧붙이십니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막 10:15). 여기서 ‘어린아이처럼’이라는 말은 단순히 순진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전적으로 의지하고 수용할 줄 아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은혜로만 주어지는 하나님의 나라 앞에 우리가 서야 할 자리입니다. 믿음은 이처럼 전적인 의존과 겸손 속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부자 청년과 제자도의 본질 (막 10:17-31)
한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달려와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라고 묻습니다(막 10:17). 그는 계명을 잘 지킨 자로 자부하지만, 예수님은 그의 마음 중심을 꿰뚫어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막 10:21). 그 청년은 근심하며 돌아갑니다. 많은 소유 때문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재물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문제는 그가 재물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재물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이어 말씀하십니다. “부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도다”(막 10:23). 제자들은 놀라며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나이까?”라고 묻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는 그렇지 아니하니 하나님으로는 다 하실 수 있느니라”(막 10:27).
이 구절은 구원의 본질이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무엇을 행하시느냐가 구원의 핵심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은 스스로의 자격이나 능력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부르심과 긍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자들입니다.
이어 베드로가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나이다”라고 말하자, 예수님은 이 땅에서도, 내세에서도 결코 그 보상이 없지 않다고 확언하십니다. “내 이름과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린 자에게는 지금 이 세상에서는 핍박과 함께 백 배를, 내세에서는 영생을 받게 될 것이라 하십니다(막 10:29-30).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막 10:31). 이는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의 질서와는 전혀 다름을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섬김의 길과 영광의 역설 (막 10:32-45)
예수님은 다시 한 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에, 자신이 당할 고난과 죽음을 세 번째로 예고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고보와 요한은 영광 중에서 좌우에 앉기를 구합니다(막 10:37). 예수님은 그들에게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라고 하시며,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십니다(막 10:38). '잔'과 '세례'는 고난과 죽음을 의미합니다.
제자들은 쉽게 “할 수 있나이다”라고 답하지만, 예수님은 그 자리를 주는 것이 자신의 권한이 아님을 말씀하시며, 하나님 나라의 영광은 하나님께서 정하시는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십니다. 다른 제자들이 이를 듣고 분을 내자 예수님은 제자들 모두에게 가르치십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고…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이 말씀은 복음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사역은 섬김이었고, 십자가는 그 섬김의 절정입니다. 대속물이라는 표현은 그분의 죽음이 단지 본보기나 희생이 아닌, 실제로 죄인을 위한 구속의 값이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제자도는 단지 예수님의 능력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삶의 방식, 곧 섬김과 희생의 길을 함께 걷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주님을 부르는 자의 회복 (막 10:46-52)
예수님이 여리고를 떠날 때, 바디매오라는 맹인이 길가에 앉아 구걸하고 있다가 예수님이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듣고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외칩니다(막 10:47). 주변 사람들이 꾸짖지만 그는 더욱 크게 외칩니다. 예수님은 걸음을 멈추시고 그를 부르십니다. 바디매오는 겉옷을 벗어 던지고 예수께 나아갑니다. 예수님은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라고 묻고, 그는 “보기를 원하나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고 말씀하시며 그의 눈을 뜨게 하시고, 그는 곧 보게 되어 예수를 따라 길을 갑니다(막 10:52). 이 장면은 앞서 부자 청년과 대조됩니다. 청년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수님을 따르지 못했고, 바디매오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모든 것을 걸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진정한 제자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응답하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자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 앞에 나아가 “보기를 원합니다”라고 고백해야 합니다. 영적 시력을 잃어버린 이 시대에, 다시 주님을 똑바로 바라보는 회복이 필요합니다.
결론
마가복음 10장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제자도의 본질을 다양한 사건을 통해 깊이 있게 보여줍니다. 율법보다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하고, 소유보다 믿음이 우선이며, 영광보다 섬김이 위대하고, 인간의 공로보다 은혜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진정한 제자란, 어린아이처럼 순전하게 주를 따르고, 바디매오처럼 전심으로 주님을 찾으며, 예수님처럼 섬김의 길을 걷는 자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오늘 우리의 신앙을 다시 점검하고, 주님이 원하시는 제자의 길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성경주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가복음 14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
마가복음 13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2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11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9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8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7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마가복음 6장 주요 주제와 해설 묵상 (0) | 2025.04.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