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합니다
마가복음 7장은 예수님께서 외형적인 정결 규례에 집착하는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 논쟁하시며, 참된 더러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됨이 무엇에 근거하는지를 선명히 가르치시는 장입니다. 특히 이방 여인의 믿음과 귀먹고 말 더듬는 자의 치유 사건은, 예수님의 구원이 민족과 경계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은혜임을 드러냅니다.
전통과 계명 사이에서 드러나는 신앙의 본질 (막 7:1-13)
바리새인들과 몇 서기관들이 예루살렘에서 예수님께 나아와, 예수님의 제자들이 장로들의 전통을 지키지 않고 손을 씻지 않은 채 떡을 먹는 것을 보고 비난합니다(막 7:1-5). 당시 유대교는 하나님의 율법 외에 장로들의 유전, 즉 인간의 전통을 덧붙여 종교적 규범으로 삼고 있었는데, 손 씻는 규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이는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적 정결을 위한 상징적 행위로 간주되던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하십니다.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을 인용하시며,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막 7:6)라고 말씀하시며, 그들의 외형적인 경건이 실제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멀어져 있음을 지적하십니다. 특히 하나님께 드려야 할 것을 ‘고르반’이라는 이름으로 부모에게 드리지 않음으로 계명을 범하는 위선을 책망하십니다(막 7:11-13).
여기서 중요한 신학적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외적인 행위보다 마음의 중심을 보십니다. 인간은 종종 전통과 관습에 익숙해지면, 그것이 하나님의 뜻인 양 여겨 하나님의 계명보다 더 중시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참된 신앙은 외적인 형식보다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경외와 순종에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신앙 생활 속에서 '익숙함'이 '진리'를 가리는 일이 없도록 늘 말씀으로 자신을 점검해야 합니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막 7:14-23)
예수님은 모든 무리를 다시 불러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막 7:15). 이는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음식 규례와 정결법의 개념을 뒤흔드는 선언이었습니다.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은 외부의 무엇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나오는 죄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이 말씀의 의미를 묻자, 예수님은 더욱 명확히 설명하십니다. 음식은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가지만, 마음에서 나오는 악한 생각들, 곧 음란,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독, 속임, 음탕, 질투, 비방, 교만, 우매함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라고 하십니다(막 7:20-23).
이 말씀은 인간의 죄의 본질이 외적인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내적인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선포합니다. 이는 개혁주의 신학이 강조하는 ‘전적 타락’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인간은 본성상 선을 행할 수 없는 상태에 있으며, 그 중심에는 죄된 마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회복은 외적인 행위의 개선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직 마음이 새로워지고 거듭나는 은혜를 통해서만 가능함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신앙은 외적인 율법의 순종이 아니라, 복음을 통한 내면의 변화와 회개로 나타납니다.
이방 여인의 믿음과 귀먹고 말 더듬는 자의 회복 (막 7:24-37)
이어서 예수님은 두로와 시돈 지방, 곧 이방 지역으로 가십니다. 이는 예수님의 사역이 유대인의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곳에서 한 수로보니게 여인이 예수님께 나아와 귀신 들린 딸을 고쳐달라고 간청합니다(막 7:25-26). 예수님은 처음에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막 7:27)며 거절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씀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원 순서를 드러내신 것입니다. 그러나 여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여 올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의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막 7:28). 그녀의 겸손과 믿음은 예수님을 감동시킵니다. 예수님은 그녀의 말을 듣고 딸이 이미 낫게 되었음을 말씀하십니다. 이 사건은 하나님의 은혜가 민족을 초월해, 믿는 자에게 임한다는 복음의 보편성을 보여줍니다. 믿음은 자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향한 신뢰와 겸손한 마음에서 흘러나옵니다.
이어 예수님은 다시 갈릴리로 돌아오셔서, 데가볼리 지역에서 귀 먹고 말 더듬는 자를 고치십니다. 예수님은 그를 따로 데리고 가셔서 손가락을 귀에 넣고 침을 그의 혀에 댄 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에바다” 곧 “열리라” 하십니다(막 7:33-34). 이는 단지 육체적인 치료가 아니라, 닫혀 있던 그의 존재 전체가 열리는 사건입니다. 귀가 열리고 혀가 풀리며 말을 하게 되는 이 치유는, 복음이 단지 질병 치료를 넘어서 존재의 회복을 이끌어낸다는 표지입니다.
이 치유 사건은 이사야 35장의 예언, 곧 메시아 시대에 귀먹은 자의 귀가 열리고 말 못하는 자의 혀가 노래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의 성취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단지 병을 고치는 의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시는 메시아이십니다. 또한 탄식하시는 장면은, 인간의 고통과 죄로 인한 타락을 슬퍼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 연약함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고통 가운데 친히 오셔서 우리를 만지시고 회복시키시는 분이십니다.
결론
마가복음 7장은 참된 정결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는지를 깊이 보여줍니다. 외적인 전통과 종교적 형식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오직 복음만이, 그리고 그 복음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겸손한 마음만이 사람을 새롭게 합니다. 유대 사회에서 부정한 자라 여겨졌던 여인과 병자는, 오히려 가장 큰 믿음의 본이 되었고, 하나님의 나라가 그들 가운데 임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주님의 은혜를 사모하며 그분 앞에 나아갈 때에만 우리는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주님 앞에 입술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까이 나아오는 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진정한 정결은 그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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