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본문 선택과 해석 원리
1. 본문 선택의 신학적 기준
설교 본문 선택은 단순히 “이번 주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는 질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에게 이번 주에 어떤 말씀을 전하실지를 분별하는 영적 행위입니다. 보수 장로교 전통에서는 본문 선택에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둡니다.
- 성경 전체의 균형성
설교자는 특정 주제나 본문에 치우치지 않고, 성경 전체를 균형 있게 전해야 합니다. 사도행전 20장 27절에서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다 전하였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설교자가 ‘즐겨 다루는 본문’만 반복해서 전하는 것을 경계하게 합니다. - 본문의 신학적 무게감
모든 성경 구절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동일한 권위를 가지지만, 목회적 상황과 영적 필요에 따라 더 시급하게 선포해야 할 본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개를 촉구해야 하는 시기에는 요나서나 세례 요한의 설교 본문을, 위로가 필요한 시기에는 시편이나 요한복음의 말씀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예배력과 절기 고려
보수 장로교회에서도 성탄절, 부활절, 추수감사절과 같은 절기를 본문 선택에 반영합니다. 절기는 단지 기념일이 아니라, 복음의 특정 측면을 집중적으로 묵상하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 성도의 영적 상태 반영
설교자는 성도들의 신앙 성숙도, 영적 필요, 현재 교회가 직면한 상황을 고려해 본문을 선택해야 합니다. 병든 성도에게는 위로와 소망의 본문을, 분열이 있는 공동체에는 화해와 용서의 본문을 전해야 합니다.
2. 문맥과 역사적 배경 이해
본문을 선택했으면, 그 본문이 놓인 문맥(context) 과 역사적 배경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문맥을 무시하면 말씀을 잘못 해석하게 되고, 역사적 배경을 간과하면 본문의 본래 의도를 놓칠 수 있습니다.
- 문맥적 해석
성경은 절대적으로 문맥 속에서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구절은 단독으로 읽으면 ‘무조건 성공’의 메시지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맥을 보면, 이는 물질의 풍부와 궁핍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그리스도 안의 만족을 말합니다. - 역사적·문화적 배경
본문이 기록된 시대의 정치, 경제, 종교, 사회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한 장면은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의 적대적 관계를 알 때 비로소 그 파격성이 드러납니다. - 저자 의도 파악
성경 저자의 글쓰기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 마태복음은 유대인을 대상으로 예수가 메시야임을 강조하기 위해 구약 인용을 많이 합니다. 이런 저자 의도는 본문 해석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3.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의 균형
본문 해석에서 성경신학(Biblical Theology)과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을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 성경신학적 접근
성경신학은 본문이 성경 전체 구속사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 22장의 아브라함과 이삭 이야기를 단지 ‘순종의 본’으로만 보지 않고,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대속 사건과 연결합니다. - 조직신학적 접근
조직신학은 본문의 교리를 분류하고 체계화합니다. 예를 들어, 요한복음 3장의 거듭남 본문을 해석할 때, 구원론(soteriology)과 성령론(pneumatology)의 틀 안에서 이해하면 더 깊이 있는 설교가 가능합니다. - 두 접근의 조화
성경신학이 없으면 본문이 구속사와 단절되고, 조직신학이 없으면 교리적 깊이가 사라집니다. 설교자는 두 틀을 모두 사용하여 본문을 해석해야 합니다.
4. 본문 핵심 메시지 도출법
본문에서 핵심 메시지를 뽑아내는 것은 설교 준비의 중추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 단계를 거칠 수 있습니다.
- 본문 요약
한 문장으로 본문을 요약합니다. 이때 주어, 동사, 목적어를 명확히 합니다. 예: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순종을 통해 믿음의 본을 보이셨다.” - 주제문 작성
주제문은 설교 전체를 이끄는 중심 사상입니다. 주제문이 모호하면 설교 전체가 흐려집니다.
예: “하나님은 성도의 삶에 순종을 요구하시며, 순종 속에서 구속사의 뜻을 이루신다.” - 적용 방향 설정
핵심 메시지를 현대 청중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지 결정합니다. 예: “우리도 하나님의 뜻을 신뢰하며 순종해야 한다. 그 순종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5. 해석 과정에서의 주의점
- 본문을 시대에 억지로 끼워 맞추지 말 것
성경의 의미를 왜곡해 현재 상황에 맞추는 것은 위험합니다. 본문은 본문이 말하는 바를 먼저 충실히 드러내야 합니다. - 본문의 의미를 축소하지 말 것
설교자가 편한 주제만 강조하다 보면 본문의 전체 메시지가 축소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십자가를 단지 ‘고난’으로만 설교하면, 대속과 구원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 개인 경험을 본문 위에 올리지 말 것
간증이나 경험은 본문을 뒷받침하는 도구이지, 본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6. 예시: 마태복음 14장 22-33절(베드로가 물 위를 걷다)
이 본문을 예로 들어 해석 과정을 적용해보겠습니다.
- 본문 선택 이유
교회가 현재 믿음의 도전을 받고 있는 시기이므로, ‘믿음과 두려움의 대조’를 다루는 본문을 선택. - 문맥 분석
직전 사건은 오병이어 기적. 제자들이 기적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두려움과 의심이 있음. - 역사적 배경
갈릴리 바다는 폭풍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며, 당시 배는 폭풍에 매우 취약. - 성경신학적 연결
예수님의 물 위 걷기는 창조주로서 자연을 다스리는 권세를 나타냄. 구약에서 하나님만이 바다를 걸으신다(욥 9:8). - 조직신학적 연결
기독론(Christology) –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 제자도(Discipleship) – 믿음의 성장 과정. - 핵심 메시지
“예수님은 풍랑 속에서도 제자와 함께하시며, 믿음을 요구하신다.”
7. 결론 – 본문 선택과 해석은 설교의 생명줄
본문 선택과 해석은 설교의 기초이며, 이 단계에서의 깊이와 정직함이 설교 전체의 질을 결정합니다. 본문을 가볍게 선택하거나 피상적으로 해석하면, 설교는 아무리 화려해도 영적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보수 장로교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성경의 의도대로, 성도들의 삶 속에 살아있는 말씀으로 전해야 할 사명을 가집니다. 이를 위해 본문 선택은 기도로 시작하고, 해석은 성경신학과 조직신학의 균형 속에서, 적용은 성령의 인도하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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